우리가 널리 쓰고 있는 장르 (genre)란 말은 원래 자연과학, 생물학분야의 분류 개념입니다. 어원은 '종류'를 의미하는 라틴어 genus 입니다. 이 말은 매우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에 혼동을 초래하기 쉽습니다. 크게는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의 종류에서부터 작게는 시조, 가사, 경기체가 등 문학예술의 작은 영역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는 종(種)향가. 시조. 가사 하위개념개념의 장르 (gattung)와 유(類)개념의 장르(art) 사이의 유추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장르류(개념의 장르: 기본장르 : 장르의 큰 갈래)는 일반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이 공통되게 나타나는 것이고 장르종(종개념의 장르: 변종장르: 장르의 작은 갈래)은 시대와 지역의 영향을 받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장류류가 변형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문학의 장르를 나눔에 있어, 서정, 서사, 극 문학 따위가 장르류에 의한 분류라면 향가, 별곡체가, 시조, 악장 등은 장르종에 따른 분류인 셈입니다. 장르가 문학의 종류나 유형을 의미하는 문학상의 용어로 정립된 것은 20세기에 와서의 일입니다. 한 무리의 작품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사성이 다른 작품무리와 구별될 수 있는 일정한 모습을 보일 때 그것이 문학에 있어서의 장르가 되는 것입니다. 즉, 문학에 있어 장르란 문학작품의 독특한 유형 또는 범주라 부를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장르라는 말은 규범적인 측면을 지니는 동시에 관습적인 측면에도 의거하게 됩니다. 여기서 규범적인 측면이란 장르의 개념이 반드시 귀납적으로 성립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새삼스레 밝힐 것도 없이 여러 문학작품은 그 형태, 제재 (題材), 톤 (tone), 양식 등에 있어서 모두가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와 같이 조금씩 다른 점, 이른바 개성적인 점에 문학작품으로서의 특색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각각이 서로 다른 문학작품의 특색을 일일이 고려하고 넣었다가는 끝내 우리가 바라는 문학의 정리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됩니다. 어차피 문학 장르의 결정을 위해서는 재단적인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일단 원칙이 적용되어 결정된 장르의 내용은 우리가 문학을 이해하는 데 한 척도의 구실을 하게 됩니다. 문학 장르의 개념에 규범으로서의 측면이 있다는 것은 장르의 이와 같은 측면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본다면 장르의 개념에 강제성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가령 서구에서는 근대시의 운동이 전개된 이후 대부분의 시인들이 다투어 그 이전의 정형시를 버리고 자유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유시를 쓴 것은 누구의 강요나 명령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들 주변의 한 경향으로 자유시가 쓰이기 시작했고, 또 그들이 생각하는 시적 진실이 그 길을 통해서밖에 옹호될 수 없으리라고 판단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이것은 규범의 변화라기보다 관습의 이행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견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볼 때 「문학의 이론(理論)」에 나오는 르네 웰렉의 생각은 시사에 차 있습니다. 즉 그의 장르론에서 웰렉은 장르에 '제도'라는 유추를 적용시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문학의 종류는 일종의 제도 (institution)다. 교회나 대학, 국가가 제도인 것처럼 그렇게 제도인 것이다. 문학의 종류는 짐승이 존재하는 것처럼 또는 빌딩, 예배당, 도서관 혹은 신전이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혹종의 제도가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한다. 우리는 현존하는 제도를 통해서 활동할 수가 있고 자기를 표현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제도를 창조할 수도
있다. 혹은 가능한 한 정치와 제의(祭儀)에 관여하지 않은 채 지낼 수도 있다. 우리는 또한 제도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개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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