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론은 분류 자체가 궁극적 목적은 아니지만 어떤 기준에 의해서 분류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장르에는 상위 장르로서 장르유(類)가 있고, 하위 장르로서 장르종(種)이 있으며, 장르라고 할 때는 이 모두를 다 포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의 분류는 모든 개별적인 작품들이 갖는 기본 속성이 됩니다. 문학 장르의 분류에는 2분법, 3분법, 4분법, 5분법 등이 있습니다. 언어 형식의 차이에 의하여 운문 (verse)과 산문 (prose), 또는 구비 문학 (oralliterature)과 기록 문학 (written literature)으로 나누거나, 표현 대상의 차이에 의하여 개인 예술과 집단 예술, 역사 문예 (역사 소설, 사극, 사기)와 풍속 문예 (풍속 소설, 풍속극, 풍속시), 미적 범주의 구별에 의한 엄숙한 문예와 골계 문예 등으로 나누는 것은 2분법입니다. 운문과 산문의 분류는 운율의 유무나 그 성질의 차이에 의한 분류이지만, 시(poetry)와 산문의 분류는 본질적인 차이에 의한 분류입니다. 즉 시는 '창조'라는 본질 요소를 갖는 창작 문학 또는 상상적 문학을 가리키지만, 산문은 '토의'를 기본 요소로 하는 (기존의 것을 논의하는) 산문 문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별은 몰톤 (R.G. Moulton, 1849-1924) 그의 저서 「문학의 근대적 연구」(The Modern Study of Literature, 1915)에서 밝혔습니다. 그리고, 몰론 교수는 시에서 서정시, 서사시, 극시, 산문에서 철학, 역사, 웅변이라는 하위 장르가 분화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장르론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적 분류는 3분법입니다. 흔히 일컫는 서정시, 서사시, 극시 또는 서정 문예 (Lyrische Dichtung), 서사 문예 (Epische Dichtung), 극문예 (Dramatische Dichtung)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3분법의 연원은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플라톤까지 소급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공화국(Republic) 제3권에서 "그러면 단순한 서술이거나 혹은 모방에 의한 서술이거나 아니면 그 양자에 의한 서술로서 그 일을 이룰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서술은 시인 자신이 스스로 말하는 것이고, 모방에 의한 서술은 작중 인물이 되어 말하는 것이며, 양자에 의한 서술은 시인 스스로 말하는 것과 작중 인물이 말하는 것의 혼합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3가지 담화 형식을 폴 헤르나디는 주석적 (authorial) 화법, 인물 시각적(figural) 화법, 혼합적 (mixed) 화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체로 오늘날의 서정시, 극시, 서사시의 담화 형식에 관련된다는 점에서, 장르의 3분법 분류의 효시로 볼 수 있습니다. 장르의 3분법은 대체로 서정 (lyric), 서사 (epic), 극 (drama)으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분류는 형식적 유사성보다는 표현 방법이나 내용적 유사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모방론, 표현론, 존재론 (구조론), 실용론의 네 가지 장르 비평의 유형에서 그 논의가 모두 가능합니다. 어떠한 유형에서 논의하게 되건 간에, 이 3분법에 의한 문학의 장르는 사실상 좁은 의미의 문학, 즉 허구적. 상상적 문학으로 한정될 수 있습니다. 서정시, 서사시, 극시라는 용어 대신에 서정 문예, 서사 문예, 극문예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사정은 똑같습니다. 3분법 분류에서는 사상이나 교훈적인 문학 형태나 논픽션 같은 사실 기록물이 비문학으로 간주하여 제외됩니다. 그러나 사상이나 교훈 중심의 문학이나 논픽션도 문학성을 갖고 있으므로 응당 문학의 장르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4분법 분류를 주장하는 주된 이유가 됩니다. 3분법의 장르들만 미적 권리를 지닌 것이 아닙니다. 현대에 와서 전통 3분법에 반대하여 제4장르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이론이 되며, 조동일의 4분법 체계도 이런 문맥에 놓인다는 것이 4분법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입니다. 김준오 교수는 3분법에 해당하는 문학을 '허구적 문학'이라고 말하고, 제4장르를 ‘주제적 문학'이라고 부르며, 조동일 교수는 '교술 부르고 있습니다. 제4장르를 '특이한 장르'로서 예외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이 경우 교훈적인 것은 특정한 목적에 쓰이는 문예로서, 그러니까 합목적·비자율적인 문예로서 진정한 문학에 속하지 않는 특이한 장르로 구분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4분법에 의하여 분류되는 제4장르는 그 영역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몰톤 교수의 2분법에 의하면, 시와 산문으로 구별되고, 산문에 속하는 것으로서 '철학, 웅변, 역사'를 드는데, 이것은 분명히 제4장르의 영역이라 볼 수 있습니다. 뵈크 (Jpachim G.Boeckh)는 3분법의 '협소한 우리'외에 수필 및 산문의 문예가 존재한다고 보고, 이 장르에는 수수께끼, 공식적 담화, 신문 기사, 논쟁적인 풍자, 속담 등과 같은 것들이 속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동일 교수는 교술 장르에 경기체가, 가전체, 가사, 수필 등을 포괄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4분법에 의하여 설정되는 제4장르의 영역이 이와 같이 다양하고 일정하지 않음은 그 기준이 다르고, 또 각 민족 문학이 갖는 특유한 여러 형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르의 분류가 4분법에서 다시 5분법으로, 5분법에서 다시 6분법으로 이런 식으로 점점 분화 • 증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모두가 기준의 차이, 각 민족 문학의 특성, 그리고 문학 자체의 본질적 변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르는 이러한 무한 분화성과 더불어 혼합성도 가지고 있는데, 장르의 이러한 성질은 마침내 장르의 무정부주의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소설 속에 시가 들어가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가령 사르트르(JeanPaul Ssartre, 1905-1980)의 장편 「구토」(La Nausee, 1936)는 철학적 에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짧은 철학적 수필은 산문시인지 수필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게 됩니다. 이리하여 장르 무용론 또는 부정론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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