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란 말의 뜻
문학비평 (Literary Criticism)을 부정하거나 도외시하려는 견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비평의 역사는 문학의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 왔습니다. 비평의 중개적 역할이나 기능은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였으며, 작품 자체의 중요성에 비해 비평이 그렇게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독자의 경우에도 그가 작품을 읽으며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반응 속에는 이미 비평적 의식이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좋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비평의 원초적인 발상입니다. 실제에 있어서 많은 독자들이 모든 작품을 다 읽을 수는 없으며, 작품 자체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도 단순히 감상적인 차원에만 머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는 매개적인 역할이 요구되며, 비평의 필요성이 있게 됩니다.
한 걸음 나아가 비평이 작가에게 작용할 경우, 그것은 작가를 비방하고 헐뜯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의 천부적 능력을 계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레싱 (G. E. Lessing)은 그의 『함부르크 극작론』 (Hamburgi-sche Dramaturgie)에서 "나는 비평에서 천품에 필적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였는데, 이는 비평의 중요성이 창작의 천품에 비견될 만한 것임을 강조한 발언이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위대한 시인이나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쓸 때, 창조적 영감에 힘입지만 창작에 대한 비평적 의식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작품을 결코 완성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독자들은 비평의 매개적인 역할이 없다면 이러한 작품들의 참다운 의미와 중요성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원적으로 볼 때 비평(批評)의 '批'는 '부전을 달아 의견 또는 가부를 적음'을 뜻하며, '評'은 '言‘ + ’平‘ 이어서 말을 바르고 공평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서구어에서 비평에 해당하는 말은 criticism이며, 그 어원인 그리스어 krinein은 분할, 구분, 결정합니다, 식별합니다, 권위 있는 의견을 말한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라틴어 criticus criticus는 재판관. 심판관·감정가·심사원 등의 뜻입니다. 영어에서 criticism은 17세기 말에 나타났는데, patonism. stoicism. skepticism 등과 같은 1616세기 용어들의 유사성에 기초를 둔 것이며, 사람을 가리키는 critic critic과 행위를 가리키는 critique critique을 구별할 수 없는 데서 고안된 것입니다. 영어의 criticism crisis와 관계가 있습니다. crisis, 즉 위기는 의학상으로는 죽음이냐, 회복이냐 하는 병세의 전환점 (critical illness)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는 가치의 불안정이나 선택, 판단의 고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위기를 처리하는 것이 비평이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한 판단력으로 작품의 가치를 올바르게 해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상의 어원적인 뜻으로 보아 우리는 비평이 선택하거나 식별하고 판단하는 일과 관계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선택과 식별, 그리고 판단하는 행위는 비평의 본질적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 비평적 행위를 위해서는 이론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비평가 자신의 주관적 감정이나 취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왜 그와 같은 선택과 판단이 이루어져야만 하는가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한 것입니다.
비평적 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학 작품입니다. 이 대상에 대해 좋다. 나쁘다, 또는 보다 좋다(나쁘다)의 식별과 판단은 분명히 비평적 행위입니다. 그러나 비평적 행위가 논리적 타당성이나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 비평적 행위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광수(李光洙)는"문학비평은 어떤 작품의 진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비평적 행위를 신뢰할 수 없을 때 그 비평에 의해 평가된 작품의 진가까지도 의심스러운 것이 될 것입니다. 특히 가치 평가의 개념으로서 판단한다는 행위는 어려운 일이며, 이 판단의 객관적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위에서 행해져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 거론한 비평적 행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작품에 대한 평가
둘째, 그 평가에 대한 이론적 근거
작품에 대한 평가와 이론적 근거가 적절히 어울릴 때 우리는 작품의 진가를 해명하는 성공적인 비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실제와 어긋나는 이론적 근거라는 것은 이미 논리적 타당성을 잃은 것입니다. 여기서 작품과 그 작품을 판단하고 비평하는 기준 사이의 상호보완적관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되풀이 하자면, 하나의 작품으로부터 그 작품을 판단하는 논리의 기준이 형성되고, 다시 그 이론이 새로운 작품에 기여할 때 비평의 진정한 의의가 세워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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