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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문학의 문제들 - 문학적 현실

by 소풍같은 날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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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렇게 관점에 따라 서로 상이하게 볼 수 있는 문학이라는 것의 특징 또는 특성은 무엇일까요? 그러나 우리는 어떤 단정적 해답으로 문학을 특징 또는 특성 지으려는 일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관점 위에서 말하는 문학의 특징 또는 특성은 다른 한 관점 위에서는 쉽사리 용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문학의 특징 또는 특성은 결국 문학의 끊임없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 특징 또는 특성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문학은 결코 어떤 단정적인 체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문제'의 접근을 기다리고 있는 인간 정신의 또 다른 실체일 뿐입니다.

 

문학적 현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역사와 문학을 구분하는 자리에서 역사가 있는 사실의 기록'이라면 문학은 '있어야 할 사실의 기록'이라고 정의한 데서부터 문학적 현실의 개념은 허구(虛構, fiction)의 개념과 맞물려 논란거리가 되어왔습니다. 즉 문학에서의 현실이란 무엇일까요? 역사와 문학이 다루는 현실의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항상 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왜냐하면 그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서 문학의 세계는 그 내용을 달리할 수밖에 없게 되며, 각자의 논리를 극단으로 밀고 나가게 되어 그 표현 방법마저 달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표현론적 관점에서의 문학적 현실은 허구입니다. 허구의 논리 위에서는 상상을 가장 중요한 문학의 특성적 요소로 상정합니다. , 소설, 희곡의 작품세계는 글자 그대로의 세계는 아니며 참말 같은 거짓말의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문학 (특히 표현론적 관점에서의 문학)에서는 그 허구의 진리성을 위하여 구성이라는 틀이 필요하게 되며, 남다른 독창성과 개인의 천재가 요구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 (특히 '표현주의자')상상의 논리는 문학의 현실을 인간의 현실과 유리된 극단의 초월적인 세계로 몰아갔으므로 리얼리스트들의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글턴 (Terry Eagleton)의 논리를 한번 보겠습니다.

“...... 그렇다면 '사실''허구'의 구분은 논의를 그다지 진척시켜줄 것 같지 않은데, 이 구분 자체가 때로는 모호한 것이라는 사실도 그 이유에 든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적 진실''예술적 진실' 간의 대립은 아이슬란드의 옛 무훈담들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된 바 있다. 16세기 말과 17세기 초 영국에서 '소설'(novel)이라는 단어는 사실적인 사건과 허구적인 사건 양자에 모두 사용되었던 것 같으며 뉴스 기사조차도 정확한 사실이라고 생각되기 어려웠다. 소설과 뉴스기사들은 확연하게 사실적이지도 허구적이지도 않았다. 우리가 행하는 이 두 범주의 뚜렷한 구분은 적용되지 않았다. 물론 기본 (Edward Gibbon)은 자신이 역사적 진실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아마 창세기의 저자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의 글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실'로 읽히고 다른 사람에게는 '허구'로 읽힌다. 더욱이 '문학'이 많은 사실적인 글들을 포함하듯이 그것은 또한 아주 많은 허구적인 글들을 배제한다. 슈퍼맨만화와 밀즈 (Mills)와 분 (Boon)의 소설들은 허구적이지만 일반적으로 문학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더욱이 대문자 L로 쓰는 본격적인 문학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만일 '창조적인' 혹은 '상상적인' 글을 문학이라고 한다면, 이는 역사, 철학 그리고 자연과학이 비창조적이며 상상력과 무관하다는 뜻인가?“

 

마르크스주의 문학론에서는 문학은 사회생활의 형상적 반영이라고 말하면서, 문학을 일종의 사회적 의식형태로 봅니다. 20C 리얼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영 또는 재현의 의미는 여기서 보다 확실한 사회적인 뜻을 지니게 됩니다. 즉 사회생활 현실을 문학의 유일한 원천이라고 보며, 그것은 형상화라는 문학의 특성을 통하여 전형 (,type)을 얻게 됨으로써 문학에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임범송의 [맑스주의 문학개론]이란 책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

문학은 사회생활의 반영이다. 문학의 진실은 생활의 진실에서 오며 생활의 진실은 예술의 진실을 창조하는 토대이며 원천이다. 생활의 진실이란 사회생활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간과 사실의 진상을 말한다. 예술의 진실은 생활의 진실을 토대로 그것을 가공, 제련, 개괄하고 전형화하여 사회생활의 본질적 측면과 합법칙성을 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고리끼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 문학의 사실은 그렇게 현실에서 유리되어 있지 않다. 도리어 현실과 긴밀히 결합되고 있다. 문학적 사실-이것은 동종의 많은 사실들로부터 뽑아내는 정수이다. 그것은 전형화 되어 있다. 그리고 현실의 반복되는 수많은 현상들을 한 형상 속에 정당하게 반영할 때야 비로소 그것은 진정으로 예술적인 작품이 된다. “

 

그러나 허구이든 반영이든, 어떤 관점 위에서든 문학적 현실은 인간의 총체적 현실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오늘 우리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을 관통하는 역사적 의식 속에서 오늘의 문학은 문학으로서의 의미-그것이 인간을 주제로 한다는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상상>도 인간의 현실을 관통해 나온 역사적. 현재적 상상일 때 그 문학적 의미가 한층 심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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